2019년 회고

6 분 소요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회고를 해보고자 합니다. 글 전반적으로 독백체로 작성할 에정이며, 일기 쓰듯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만 담을 예정입니다.

2019년 회고

1~3월

작은 반도체회사에 다니며 SSD 솔루션 개발팀에 있었다. 펌웨어 개발을 하는 것은 아니고, SSD 제품을 전반적으로 개발하는 팀에 있었다.

팀장님을 포함하여 정말 좋은 팀이었다. 팀에 한 사람씩은 또라이가 있다고 하는데, 우리 팀에는 없었다고 자신한다. 회사 다니면서 가장 힘든 것이 사람간의 관계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사람간의 관계가 힘들지는 않았다.

회사를 다니며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하드웨어적 지식이나, device physics나 전자기학, NAND 구조를 공부하려고 노력했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좀 더 열심히 하는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이제는 알겠다라는 느낌이 들었더라면 그래도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지금 다시 결정하더라도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다. 후회하더라도 하고 싶은대로 하고 후회하는게 낫다는 생각으로..

4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애초에 그만둘 생각이 있었던 이유는, 입사한 이후로 업무를 하면서 재미가 없었다. 그래도 내가 업무를 잘 몰라서 그럴 수 있으니 1년은 다녀보고 결정하자라는 생각으로 1년을 더 다녔다.

좀 더 다녀보니 내가 이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객관적으로는 사람들도 좋고, 좋아하는 분야라면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회사다. 그러나 짧지만 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다닌 결과 이 분야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고, 그만두었다. 그만둘 때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를 평생 해야 할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내가 재미있어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그만두었다.

이 때를 생각해보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그만두었다. 만약 우아한테크코스 오프라인 테스트에서 떨어졌다면 어떻게 지냈을까? 아무것도 결정된 사항 없이 무작정 그만두었다. 이때 다음으로 내가 갈 곳은 잡아놓고 그만두자 라는 교훈을 얻었다.

5월 - 12월(우아한테크코스)

techcourse poster

5월 7일부터 우아한테크코스를 시작했다. 5월 7일부터 12월 27일까지 진행한 과정이니 올 한해는 거의 우아한테크코스에 대한 내용밖에 없을 것 같다.

루터회관 14층에 처음 왔을 땐 오프라인 테스트에서 처음 뵌 포비라는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그를 따르는 코치들이 얼마나 엄청난 능력자인지, 이 업계에서 jojoldu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몰랐다. 나빼곤 다알더라

아무것도 몰랐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이 넘쳤고, 뭘 하더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회사 그만둔 지 얼마 안돼서 그런가..)

매 주 새로운 미션을 시작하며 개발을 한다. 물론 페어로 ^^

페어 프로그래밍

페어 프로그래밍? 처음에는 굉장히 거부감이 들었다. 내 코드를 남한테 보여주면서 짜야한다니.. 그렇지 않아도 낯을 많이 가리는 타입이라 말도 잘 못하는데.. 내 코드 짜는데 다른 사람한테 허락을 맡아야 하다니..

크루들과 점점 친해지고, 페어 프로그래밍으로 계속해서 개발을 하다보니 좋은 점들이 많았다.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었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페어가 정말 좋은 아이디어로 이끌어 줄 때도 많았다. 또 개발하기 싫은 순간에도 나 혼자만의 코드가 아니고 나 혼자만의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었다.

코드 리뷰

선배 개발자로부터 코드 리뷰를 받는 것은 굉장히 좋았다. 처음에 나를 리뷰해주시는 분들은 굉장히 답답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리뷰를 받았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도 모르겠고.. 뭘 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뭔가 배우는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고.. 처음엔 굉장히 어려웠다. 이 코스를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조금 생겼던 것 같다. 지금 내가 이때 미션을 다시 구현한다고 해서 최선의 코드를 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든다. 그래도 더 나은 코드를 짤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블로그

무슨 생각이었는지, 7월 27일에 블로그를 시작했다. 이전에 노션이나 티스토리 블로그에 정리 했던 것들을 옮기긴 했다. 어차피 들어올 생각 없다는 생각으로 일기처럼 개인 회고를 쓰고, 공부하면서 배웠던 것들을 정리하며 올렸다. 어느새 글이 80개가 넘어간다.(그중 회고가 30개가 넘는다.) 블로그에 정리하는 것을 시작한 것은 굉장히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남들이 안보더라도 내가 예전에 했던 것이 기억이 안날 때 많이 참고했다. 물론 인터넷에 널려있는 지식들이지만, 내가 정리한 글이기 때문에 더 알아보기 쉽고 기억이 잘 나서 좋았다.

아! 그래도 좋지 않은 점이 있다. 오히려 기억을 더 안하게 되는 것 같다.. 생각을 좀 더 해보면 생각이 날텐데, 아! 그거 내 블로그에 정리 해놨지? 그거 봐야겠다. 하고 내 블로그를 다시 찾아보는 습관이 생긴 것 같다. 또 하나, 블로그 글을 작성하기 위해 공부하는 느낌이 드는 것 같다. 공부한 것을 다시 정리하면서 재정립, 또는 내 문장으로 번역을 해야 하는데 맹목적으로 포스팅을 하기 위해 정리를 하는 것 같다. 처음의 좋았던 의도와는 다르게,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내 블로그에 있는 기술 내용들을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고 하면, 정확하게 그 포스팅에 나와있는 대로 설명하지 못할 것 같다.(온전히 내 지식이 되었기 때문에 정리한 게 아니다..) 조금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깃, 그리고 도커

처음 왔을 땐 Git이 뭔지도 잘 모르고, commit, push만 해본 정도였다. 근데 어떤 분의 도움으로 git에 대해 많이 공부하게 되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는 주변 크루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해결할 수 있을 자신감이 생겼다.

또 어떤 분의 말 한마디로 도커 공부를 했다. 새로운 기술(적어도 나한테는 처음 듣는 기술이었다)에 대한 공부여서 그런지 재미있고 예전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가상화에 대한 궁금증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직도 잘 모르지만, 뭔가 공부할 꺼리를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앞으로도 계속 이 부분은 공부할 예정이다.

우테코에서 프로젝트를 하면서 배포 인프라를 구축할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도커도 활용해보고 뭔지도 모를 CI/CD 공부도 하면서 어떤 구조가 좋은 구조일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이 때 블로그에 가장 포스팅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실제로 프로젝트에 적용한 내용을 글로 정리하며 따라가다 보니 확실하게 내가 했던 일들을 되짚어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 때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예상대로 되진 않았지만,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했고 개발하면서 꼭 필요한 프로세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 때 공부했던 것 이후로 더 깊게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꾸준하게 이 부분도 내가 원하는 구조를 토이 프로젝트에 적용하면서 개발 해볼 생각이다.

그러다가 너무 까불어서 쿠버네티스를 어디서 주워들었다. 그래서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해보겠다고 설치느라 한 달은 삽질을 한 것 같다. 역시 멍청하면 용감하다. 아는게 하나도 없으니 뭔지도 모르고 덤볐다가 혼이 났다. 쿠버네티스 대신, 도커 공부를 할 겸 도커 공식문서를 번역하는 일을 시도해봤다. 영어 실력도 부족하고 말로 풀어쓰는 것도, 실제로 써보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단순 번역이 되는 것 같아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것도 또한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취업 준비, 그리고 좌절

테크코스 3단계를 진행하던 중, 우아한 형제들 면접 기회를 얻었다. 교육하는 교육기관에서 취업을 전문으로 하는 취업학교가 된 것 같아 이 기간은 정말 아쉬운 기간이었다. 어찌되었든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 준비를 하고, 1차, 2차면접을 보고 최종적으로는 탈락했다. 이 때 정말 멘탈이 많이 깨졌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하려고 노력했지만, 측근에 있던 몇몇의 사람들은 알 것이다. 진짜 좋은 기회를 내가 준비가 부족해서 놓친 것 같아서 정말 정말 아쉬웠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과거의 나와 비교해서 성장했으면 된다.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자꾸 주변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더라. 그래도 탈락하면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배려심이 깊은지,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점도 있다.

이 때도 충분히 좌절했던 것 같은데, 또 다른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한번 더 좌절했다.

ㅠㅠ

흔히 차인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날 버린 걸 후회하게 해주겠다라는 식의 말이다. 나도 물론 이런 말을 남겨두고 싶다.

날 놓친 걸 후회하게 해주겠어!! 하고 싶지만 아직 자신감이 조금 부족해서.. 그냥 지금의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되어서 다음에 봤을 때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면접 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1차, 2차 면접을 보면서 내가 부족한 점이 무엇이었고, 답을 제대로 못한 것이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것을 더 공부해야 할 지 알게 되었다.(사실 아직도 진짜 아쉽다.) 면접을 거치면서 나왔던 질문들과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모두 정리 했고, 다음에 답을 할 때는 좀 더 내 마음에 드는 답을 할 것 같다. 하지만 긴장을 하지 않는 법은 아직 잘 모르겠다.. 긴장이 너무 된다. 테크코스를 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방법도 알고, 어떤 식으로 공부해야 좋을지 나만의 방법을 얻었기 때문에 내년에도 올해처럼 꾸준한 노력을 해야겠다.

우아한테크코스

5월부터 12월까지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빠르게 시간이 지나갔다. 5월에 처음 왔을 때는 8개월이라는 시간이 정말 긴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지나고나서 생각하니 정말 짧은 시간이었고, 더 긴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5월 부터 12월까지 정말 좋은 기회를 내가 잡았었다는 것은 분명하고 다른 몇 번의 기회들은 내 준비가 부족하여 놓쳤지만,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고 하니 다시 준비를 열심히 해야겠다.

처음에는 누군지도 몰랐지만 이제는 정말 엄청나신 분과 함께 했다는 것을 알게 된 캡틴 포비. 그리고 코치님들 워니, CU, 브라운, 준, 제이슨 모두 고맙습니다. 무엇보다도 45명의 크루들 모두 고맙습니다. 함께하여 즐거웠습니다.

techcourse

수료증

2020년 목표

목표는 상세하게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매주 회고 때 남겼던 Vue.js 공부하기이런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Vue 사용해서 Todo List App 만들기 또는 토이 프로젝트 하는 거 Vue로 전환하기 처럼 상세한 목표를 세우고 기간을 정해야 이 목표를 좀 더 이루기 쉽게 만드는 것 같다.(바로 직전에 쓴 Lv 4 회고에서도 추상적인 목표만 세웠다;;)

일단 년 단위 목표니까 큼지막한 목표만 세워볼 예정이다.

  1. 일단 취업(내가 배울 수 있는 곳, 함께 성장하려고 하는 동료가 있는 곳이면 좋겠다.)
  2. java-wiki 프로젝트 Vue로 전환
  3. 기초를 다지자(OS 공룡 책 다시 읽기, Network 책 정리)
  4. 몸무게 70kg 대로 복구…
  5. 매 주 회고

작년에는 마음이 불안했다면, 올해는 심적으로는 더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내년도 올해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며 성장하고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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